AI한테 글을 시켜봤는데 결과물을 읽자마자 "아, 이거 AI가 쓴 거구나" 한 적 있으시죠? 그 느낌의 정체가 있어요. 업계에서는 이걸 AI 슬롭(slop)이라고 부릅니다. 반복되는 문장 구조, 뻔한 단어 선택, 지나치게 매끈한 톤 — 이게 쌓이면 글이 "찍어낸 느낌"이 나요.

3초 요약
Every AI Style Guide로 내 문체 정의 tropes.md로 AI 패턴 차단 jackbutcher.md로 글쓰기 구조 학습 세 파일을 시스템 프롬프트에 합체 AI 슬롭 사라짐

이게 뭔데?

Ben Tossell(@bentossell)이 자신의 뉴스레터 Ben's Builds #2에서 공유한 "안티 AI 슬롭" 라이팅 스택이에요. Ben은 스스로 "AI 글쓰기를 싫어한다"고 말하면서도, 빈 페이지 앞에서 막힐 때 AI를 쓰긴 한다고 했어요. 그래서 찾은 해법이 세 가지 도구의 조합이에요.

하나씩 뜯어볼게요.

1. Every AI Style Guide — "내 문체를 AI에게 가르치는 매뉴얼"

Every라는 미디어 회사가 만든 AI 스타일 가이드 프레임워크예요.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해요: AI에게 무엇을 쓰라고 하는 게 아니라, 어떻게 쓰라고 알려주는 거예요.

스타일 가이드 없이 쓰면 AI는 "안전하고 평균적인 좋은 글"로 수렴해요. 그게 바로 슬롭의 정체예요. 스타일 가이드는 AI를 평균에서 끌어내서 내 고유한 버릇 쪽으로 밀어붙이는 역할을 해요.

가이드에 들어갈 핵심 항목은 이래요:

항목설명예시
보이스 & 톤3~5개 불릿으로 목소리 묘사"리포트가 아니라 카페에서 얘기하듯"
시그니처 무브내가 자주 쓰는 기법"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시작"
안티패턴절대 쓰지 말아야 할 것"~는 혁명적입니다 금지"
예시 문장좋은 예 + 나쁜 예 페어링"이건 맞다 / 이건 아닌 이유"
리비전 체크리스트최종 검수 기준"추상명사 3개 이상 연속 금지"

재밌는 건 만드는 방법이에요. 직접 "나는 이런 스타일이야"라고 적는 것보다, AI에게 인터뷰를 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래요. AI가 "이 문장과 저 문장 중 어떤 게 더 자연스러워요?"라고 물어보면, 추상적 설명보다 구체적인 선호가 드러나거든요.

2. Tropes.fyi — "AI 글쓰기 패턴 33개를 이름 붙여 망신 주는 사전"

Ossama Chaib가 만든 이 사이트는 AI가 반복적으로 쓰는 문장 패턴에 이름을 붙이고 공개 처형(?)하는 디렉토리예요. 현재 6개 카테고리, 33개 이상의 트로프가 등록돼 있어요.

몇 개만 보면 바로 감이 올 거예요:

AI 슬롭 대표 패턴 5선

Negative Parallelism — "이건 X가 아닙니다. Y입니다." AI 글쓰기 최다 빈출 패턴.
Delve and Friends — "delve", "leverage", "robust", "streamline" 같은 AI 전용 단어들.
Em-Dash Addiction — 한때 멋진 문장부호였는데, AI가 남용해서 이제 빨간 깃발 —.
Rhetorical QA — "결과는? 충격적이었습니다."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패턴.
Fractal Summaries — 도입부에서 요약, 본문에서 요약, 결론에서 또 요약. 같은 말 세 번.

사이트에는 세 가지 도구가 있어요:

  • ai;dr — AI가 쓴 장문 글에서 원래 프롬프트를 역추적해서 보여줘요. 3,000단어 글의 실체가 "write about X"였다는 걸 폭로하는 거죠.
  • AI Vetter — URL을 넣으면 Human / AI-assisted / Suspicious / Pure AI Slop으로 판정해요. LLM 없이 순수 정규식 + 빈도 분석으로 돌아가요.
  • Deslopify — 텍스트를 넣으면 AI스러운 부분을 diff 스타일로 하이라이트하고, 대안 문장을 제안해요.

그리고 이 모든 패턴을 tropes.md라는 단일 파일로 정리해뒀어요. 이 파일을 AI 시스템 프롬프트에 넣으면, AI가 알아서 해당 패턴을 피해요.

3. jackbutcher.md — "트윗 5만 개에서 뽑아낸 글쓰기 공식"

Jack Butcher(Visualize Value 창업자)의 6년치 트윗 약 5만 개를 분석해서, 잘 먹히는 13,962개의 패턴을 역설계한 마크다운 파일이에요.

50,000개
분석한 트윗
9단어
인기 트윗 중간값 길이
78%
한 문장 트윗 비율

이 파일이 정리한 핵심 메카닉을 보면요:

  • 6가지 수사학적 무브 — 대비 프레임, 리프레임, 수학적 정량화, 불편한 진실, 압축된 지혜, 무표정 유머
  • 12가지 대비 프레임 — 리프레임이 상위 트윗의 23%를 차지. 병렬 선언, 역설, 조건부 공개 등
  • 11가지 단어 레벨 기법 — 두운 대비, 박자 맞추기, 대구법, 내부 운율 등
  • 마침표 생략 시 인게이지먼트 약 20% 상승이라는 데이터까지

사용법은 단순해요. 이 파일을 AI 대화에 붙여넣고 "이 스타일로 ~에 대해 써줘"라고 하면 돼요. Jack Butcher 본인은 "파일이 해자가 아니라 사람이 해자"라면서 파일을 오픈소스로 풀었어요.

뭐가 달라지는 건데?

세 도구를 각각 쓰면 그냥 그래요. 합쳐서 쓸 때 진짜 변화가 생겨요. Ben Tossell도 "이 세 개를 하나의 스킬로 패키징하는 게 다음 숙제"라고 했거든요.

그냥 AI에게 시킬 때3종 스택 적용 후
문체"안전한 평균" — 누가 썼는지 모르는 글내 고유한 톤과 리듬 반영
AI 패턴"이건 X가 아닙니다. Y입니다." 반복33개 트로프 자동 회피
구조서론-본론-결론 뻔한 흐름대비, 리프레임 등 다양한 수사 구조
편집 시간전면 재작성 필요부분 수정으로 충분
독자 반응"AI가 썼네" 한마디"이거 직접 쓴 거야?" 한마디

"I hate AI writing, and consider myself a poor writer. I don't use AI writing much except to get me off the blank landing page problem."

— Ben Tossell, Ben's Builds #2

Ben의 접근법이 솔직해서 좋아요. AI 결과물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, 스캐폴딩(발판)으로만 쓰고 거기서부터 직접 고쳐나가는 거예요. 이 세 도구는 그 발판의 품질을 올려서, 고치는 수고를 줄여주는 역할인 거죠.

핵심만 정리: 시작하는 법

  1. tropes.md부터 다운로드
    tropes.fyi/tropes-md에서 파일을 받아서, 사용 중인 AI 도구의 시스템 프롬프트(커스텀 인스트럭션)에 넣으세요. ChatGPT라면 "Customize ChatGPT"에, Claude라면 프로젝트 설정에 붙이면 돼요. 이것만으로도 가장 뻔한 AI 패턴은 사라져요.
  2. 내 글쓰기 스타일 가이드 만들기
    Every의 가이드를 참고해서 자기만의 스타일 가이드를 작성하세요. 직접 쓰기 어려우면, AI에게 "내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인터뷰해줘"라고 시키세요. 과거에 쓴 글 5~10개를 함께 주면 AI가 패턴을 뽑아서 질문해요. 그 결과를 정리하면 나만의 스타일 가이드가 돼요.
  3. jackbutcher.md 참고하기
    GitHub에서 파일을 받아서 읽어보세요. 전부 따라 할 필요 없어요. "대비 프레임", "리프레임" 같은 수사 구조를 이해하고, 내 글에 맞는 것만 스타일 가이드에 추가하면 돼요.
  4. 세 파일을 하나로 합치기
    tropes.md + 내 스타일 가이드 + jackbutcher.md 중 필요한 부분을 하나의 파일로 합쳐서 AI 시스템 프롬프트에 넣으세요. Claude Code라면 CLAUDE.md에, Cursor라면 .cursorrules에 넣으면 프로젝트 전체에서 적용돼요.
  5. Deslopify로 최종 검수
    글을 다 쓴 뒤 tropes.fyi의 Deslopify에 넣어서 최종 체크하세요. AI 패턴이 남아 있으면 diff 스타일로 보여주고 대안까지 제안해줘요. 이 단계를 거치면 슬롭이 거의 사라져요.

주의: 도구가 글을 대신 써주는 건 아닙니다

이 도구들은 AI 결과물의 출발점을 높여줄 뿐이에요. 최종적으로 글을 읽고, 내 목소리가 맞는지 확인하고,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고치는 건 사람의 몫이에요. Ben Tossell도 AI 결과물을 발판으로만 쓰고 직접 고쳐쓴다고 했어요.